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경단협의 목소리


[전경련] '예산 아껴 쓰자'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리자 2020-11-23 조회수 461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서 한 달 한 달을 겨우 버티고 있고 번화하던 이태원, 명동거리에서조차 빈 상가에 붙은 `임대` 문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실직자는 늘어만 가고, 큰 기업들도 예전처럼 사람을 뽑지 못하니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돈을 풀기 시작했다. `재난지원금` `아동돌봄쿠폰` 등 명목도 다양하다. 물론 이런 위기 상황에 성장률 방어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재정을 풀어야 하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요즘 나라 빚 느는 속도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 2017년 36%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22년에는 50.9%에 육박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숫자보다 더 걱정인 것은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아직 외국에 비해 낮으니 괜찮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기축통화국으로 경제 위기가 와도 돈을 찍어내 대금을 지불하면 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또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불확실성에 대비한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급격한 고령화도 문제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30~40년 후엔 복지지출이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급증할 텐데 이렇게 채무비율을 올려놓으면 미래의 복지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 재정건전성은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한 근간이 된 것도 한국의 탄탄한 재정이었다. 당시 국가채무비율은 11.4%에 불과했는데, 이것이 바로 금 모으기 운동과 함께 국제금융시장 신뢰를 얻어내는 열쇠가 됐다. 실제 필자가 외환위기 당시 돈을 구하러 외국에 로드쇼를 다닐 때 뼈저리게 느끼기도 한 것이지만, 국제금융시장은 잔혹하리만큼 냉엄한 곳이다. 햇볕이 쨍쨍할 때는 우산을 주려고 하지만, 비가 오면 우산을 거둬들이려 한다. 나라 빚이 늘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외화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어 연쇄부도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독일은 재정 관리에 있어 `모범생`이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으면 안 된다는 `채무제한제도`를 아예 헌법으로 규정해 놨다. 복지 천국 스웨덴도 `지출상한제도`를 두고 나라 재정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얼마 전, 드디어 우리 정부도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예외 조항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들려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맹탕이다. 지출에 제한을 두는 지출준칙은 아예 빠져 있고, 적용면제와 기준완화 조항을 둬 사실상 선언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필자는 요즘 100조원, 200조원 단위로 늘어나는 예산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미래시대 대비를 위해서는 돈만 많이 있으면 해결이 되는데 돈이 많이 없습니다. 함부로 거둘 수 없고 예산을 최대한 아껴 쓰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경상경비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2006년 4월 필자가 재정경제부 차관을 역임하고 있을 때 `재원배분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이른 말이다. 필자는 이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예산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을 느꼈다. 작금의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지금 흥청망청 쓰는 나랏돈이 국민의 혈세라는 것을, 혈세의 무거움과 나랏돈 쓰는 것의 엄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출처: 매일경제신문




원본보기




회원단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