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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전예방관리 우선이 먼저

관리자 2020-11-23 조회수 487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사람의 안전과 생명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 원칙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다. 기업경영에서도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안전경영은 필수다. 기업이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적절한 형벌권 발동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을 도모하는 것은 일정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는 사고예방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 없이 기업에 대한 분노감정을 담은 엄벌주의 입법만이 강조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그렇다. 해당 법안은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유해·위험방지라는 포괄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상에 이르게 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다.

사업주가 어떤 규정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으니, 걸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산업현장의 하소연이다. 사고발생시 사업주에 대한 무조건적인 형사처벌과 함께 사업장 매출액 대비 벌금 부과, 징벌적 배상책임(손해액의 3~10배), 영업취소 및 정지까지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마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고발생 기업에 대해 모든 처벌수단을 동원해 치명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처벌의 용광로와 같은 법안이다. 사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의원이 거의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에는 해당 내용의 포괄성과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 형법체계에 어긋난 과도한 처벌수위 등의 문제로 인해 구체적 논의 없이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산재예방대책 접근방식은 근로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방안 논의는 부족하고 오로지 사고발생 기업에 대한 책임 강화 목소리만 높은 상황이다. 사업주와 기업의 처벌만을 강화해 사고가 없어진다면 산업재해는 이미 획기적으로 감소했어야 했다. 과거 우리의 체벌문화가 용인되던 시절에 이야기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체벌만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 학생의 가정환경, 건강 , 학습능력 등 조건을 세심하게 살펴 지도해야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처벌강화 정책이 효과적인 대책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외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 안전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산안법상 처벌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낮으나, 예방관리에 초점을 둔 안전정책을 적극 추진해 사망사고를 줄이고 있다.

노동시민단체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의 모델로 제기하고 있는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2007년 제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하다. 법인과실치사법은 사업주(CEO)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및 영업 허가 취소와 같은 과도한 규제가 없다. 법 시행 이후로 뚜렷한 산재감소의 효과도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산안법이 개정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처벌수위를 높이는 법률 제·개정은 적절치 않다. 안전입법은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예방중심의 대책수립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양한 산업현장 특성에 기반한 예방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선진국형 안전인프라를 조성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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