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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님 문화일보 인터뷰

관리자 2026-04-15 조회수 30
소속단체 : 한국경영자총협회



인터뷰 = 이관범 산업부장, 정리=이근홍 기자


손경식(87)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를 대표해 온 원로 기업인이자 큰 어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8년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경총 회장 5연임을 확정해 오는 2028년까지 이끌어 갈 예정이다. 손 회장은 정권이 바뀌고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할 때마다 특유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해결사이자 중재자 역할을 다하며 존경을 받아 왔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 및 노동 현장은 인공지능(AI) 혁명발 문명사적 대전환과 관세·군사 전쟁을 불사하는 하드파워 시대를 맞아, 악명 높은 고용 경직성을 극복하고 노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난도 높은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계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요즘,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손 회장을 지난 9일 만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길에 관해 심도 있는 견해를 들어 봤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계는 고용 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기업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한다. 고용 유연성을 늘리면 그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기업들이 생겨날 테고, 기업도 이에 호응해 사회 안전망을 늘리려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매우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타협의 문화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항상 자기 걸 다 챙겨야 하고, 그게 아니면 마치 패자가 되는 것처럼 여긴다. 노사 문제는 서로가 잘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지 싸움이 아니다. 여기에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있겠나.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타협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유연성 관련 지표인 ‘정리해고 비용’ 부문에서 116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에서 102위에 그쳤다. 평가대상 141개국 중 하위권이다. 경영계는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다면 실업급여 보장 강화, 직업훈련과 전직지원서비스 확충, 청년고용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가 있나.


“우선 실업급여 보장 수준을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을 일부 늘려 주는 것과 같은 차등화된 생계 지원 방안 검토가 가능하다. 근로자가 이직할 경우 신기술 교육·취업 알선과 같은 직업훈련, 전직지원서비스를 강화해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재취업 지원 체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청년들의 인턴, 일 경험 기회를 늘리고,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동력이 생길 것이다. 고용 유연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업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는.


“우리 노동시장 법 제도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일자리 창출 여력도 제약되고 있다. 앞으로는 고용 유연성을 강화해 AI와 로봇이 특정 직무를 대체할 때 해당 인력이 다른 직무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 또 고숙련 전문가들이 투입되는 핵심기술 연구·개발(R&D)은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풀고 성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 시행(3월 10일) 한 달을 맞았는데.


“현장에서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혼란이 여전히 크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이 마련됐지만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와 관련해서도 노사 분쟁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이 위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있어 이에 대한 불복 및 분쟁 장기화가 우려된다. 특히 법 시행 전부터 하청노조가 불법적인 실력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가 협력사 인력 7000명 직고용 결정을 내렸다.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은 15년간의 원청 직고용 소송(불법파견 소송) 장기화에 따라 내려진 개별 기업 차원의 경영 판단으로 보인다. 철강 관세 인상,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업계 업황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의 직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언론에 직고용이 노란봉투법 갈등을 줄일 해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각 기업의 입장이 달라 속단하긴 어렵다. 단순히 노란봉투법 하나 때문에 직고용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직고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나.


“원·하청 구조는 업종과 공정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의 직고용 사례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해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직고용을 하려면 정규직들이 보상 체계를 일부 양보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도 걸려 있어서 사업적 판단과 사회적 대화가 두루 필요하다. 노사 대화가 필요한 영역을 갑자기 직고용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면 산업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교섭의제를 요구하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발표한 해석지침과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노동권이 크게 강화된 만큼 노사 관계의 균형을 위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1년 뒤의 노사 관계를 어떻게 예상하나.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들어오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경총 차원에서도 회원사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문제를 던지고 답을 만들고 현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정부와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보다 우리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대한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하고, 원래 노란봉투법 도입 취지가 슬기롭게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뭐든지 ‘안 된다’ 하는 방향으로 어렵게만 생각하기보단 잘 풀어 보려고 노력한다. 이래야 1년 후에도 문제가 없지 않겠나.”


―경총에 요구되는 역할도 더 많아졌다.


“실제 회원사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다만 걱정이 너무 앞서면 사기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韓, 배임죄 적용범위 넓고 모호… 처벌은‘살인죄’수준
후반기 국회선 규제 줄이고 기업 활력 제고 입법 필요
일률적 정년연장,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시킬 우려
‘퇴직후 재고용’ 日 사례 참고해 경영 부담 덜어줘야

―노란봉투법 시행 후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는 향후 우리 노사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이며, 특히 노동위원회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상대방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노동위원회가 원·하청 교섭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노사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노조법과 노동부 지침에 따라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정 정년연장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경영계 역시 공감한다. 다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려할 때 일률적 방식의 법정 정년연장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일률적·강제적 방식의 법정 정년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다. 또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 인력 활용을 위한 합리적 해법이 있다면.

“고령 인력 활용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현행 연공급 임금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취업 규칙 변경 절차 완화 같은 실효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일본은 2004년 재고용 중심의 65세 고용확보조치를 도입하면서도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해 기업 부담을 경감했는데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임금 체계를 개편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의견청취’로 완화하는 법 개정도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 ‘근로자추정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특수고용직·플랫폼종사자·프리랜서 등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위임이나 도급계약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전부 근로자로 보게 된다면 법체계상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용이 위축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의 입법 논의는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사례를 차용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와는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법체계와의 정합성 및 산업 현장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 처벌을 강화해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정책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사업주 제재가 더욱 강화돼 사망사고 기업에 영업이익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경영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처벌과 제재 위주 정책으로 중대재해를 줄이기 어려운 만큼 사업주 책임의 합리적 조정과 예방 중심의 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22대 후반기 국회에 바라는 점은.

“22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규제 개혁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입법 지원이 부족해 아쉬움이 있다.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노조와 근로자의 권리 강화에 집중한 반면 노동시장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 달라는 기업의 목소리는 외면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회 주요 쟁점으로 언급되는 정년연장 문제도 단순한 노사 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하반기 국회가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힘을 모아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 기업이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국정감사 때 기업인을 호출만 하지 말고 격려와 용기를 줄 방법도 함께 찾아야 한다.”

―배임죄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배임죄는 적용 범위가 넓고 모호할 뿐 아니라, 이득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준이 살인죄와 비슷하다. 독일(최대 5년), 일본(10년) 등과 비교하면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해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적극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배임죄는 기소만으로도 대내외 신뢰가 하락해 이후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경영 타격은 회복이 어렵다. 배임죄의 전면적 제도 개편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영판단의 원칙도 시급하게 입법해 과감한 투자 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를 진단하면.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부담에 중동 전쟁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수급 정상화와 유가·환율 안정 시점을 예단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경제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다. 기업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런 시기일수록 노사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올해로 경총 회장직을 5연임하셨다.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은.

“올해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고용·노사 관계에 있어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 교섭 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정책적 조치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국회와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정년연장 논의와 관련해서는 ‘퇴직 후 재고용’과 같은 유연한 방식을 통해 청년 일자리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 처벌 중심의 산업안전 제도를 예방 중심으로 개선하고, 산업 현장 곳곳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해 정책적 노력도 강화하겠다.”

 
22대 국회는 오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전반기를 마치고 후반기에 접어들게 된다. 후반기 국회는 ‘정년연장’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5연임의 중책을 맡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노사 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라 고령자의 지속적인 노동시장 참여는 확대하되, 청년 일자리를 뺏지 않는 해법을 공론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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