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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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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관범 산업부장, 정리=이근홍 기자
손경식(87)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를 대표해 온 원로 기업인이자 큰 어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8년간 맡은 데 이어 올해는 경총 회장 5연임을 확정해 오는 2028년까지 이끌어 갈 예정이다. 손 회장은 정권이 바뀌고 대립과 갈등이 극에 달할 때마다 특유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해결사이자 중재자 역할을 다하며 존경을 받아 왔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 및 노동 현장은 인공지능(AI) 혁명발 문명사적 대전환과 관세·군사 전쟁을 불사하는 하드파워 시대를 맞아, 악명 높은 고용 경직성을 극복하고 노사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난도 높은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계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요즘,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에서 손 회장을 지난 9일 만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길에 관해 심도 있는 견해를 들어 봤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계는 고용 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기업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한다. 고용 유연성을 늘리면 그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기업들이 생겨날 테고, 기업도 이에 호응해 사회 안전망을 늘리려는 노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매우 일리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선 노사 간 사회적 대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타협의 문화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항상 자기 걸 다 챙겨야 하고, 그게 아니면 마치 패자가 되는 것처럼 여긴다. 노사 문제는 서로가 잘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지 싸움이 아니다. 여기에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있겠나.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타협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유연성 관련 지표인 ‘정리해고 비용’ 부문에서 116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에서 102위에 그쳤다. 평가대상 141개국 중 하위권이다. 경영계는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다면 실업급여 보장 강화, 직업훈련과 전직지원서비스 확충, 청년고용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가 있나.
“우선 실업급여 보장 수준을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을 일부 늘려 주는 것과 같은 차등화된 생계 지원 방안 검토가 가능하다. 근로자가 이직할 경우 신기술 교육·취업 알선과 같은 직업훈련, 전직지원서비스를 강화해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재취업 지원 체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청년들의 인턴, 일 경험 기회를 늘리고,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동력이 생길 것이다. 고용 유연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기업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는.
“우리 노동시장 법 제도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일자리 창출 여력도 제약되고 있다. 앞으로는 고용 유연성을 강화해 AI와 로봇이 특정 직무를 대체할 때 해당 인력이 다른 직무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줘야 한다. 또 고숙련 전문가들이 투입되는 핵심기술 연구·개발(R&D)은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풀고 성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제2·3조) 시행(3월 10일) 한 달을 맞았는데.
“현장에서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에 대한 혼란이 여전히 크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이 마련됐지만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교섭의제와 관련해서도 노사 분쟁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위원회의 초기 판단이 위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여지도 있어 이에 대한 불복 및 분쟁 장기화가 우려된다. 특히 법 시행 전부터 하청노조가 불법적인 실력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포스코가 협력사 인력 7000명 직고용 결정을 내렸다.
“포스코의 직고용 결정은 15년간의 원청 직고용 소송(불법파견 소송) 장기화에 따라 내려진 개별 기업 차원의 경영 판단으로 보인다. 철강 관세 인상,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철강업계 업황 부진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의 직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언론에 직고용이 노란봉투법 갈등을 줄일 해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각 기업의 입장이 달라 속단하긴 어렵다. 단순히 노란봉투법 하나 때문에 직고용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직고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나.
“원·하청 구조는 업종과 공정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의 직고용 사례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해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직고용을 하려면 정규직들이 보상 체계를 일부 양보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도 걸려 있어서 사업적 판단과 사회적 대화가 두루 필요하다. 노사 대화가 필요한 영역을 갑자기 직고용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면 산업 현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노동계는 원청기업과의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교섭의제를 요구하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발표한 해석지침과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노동권이 크게 강화된 만큼 노사 관계의 균형을 위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1년 뒤의 노사 관계를 어떻게 예상하나.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들어오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등에 관해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경총 차원에서도 회원사와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문제를 던지고 답을 만들고 현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정부와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보다 우리가 이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최대한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하고, 원래 노란봉투법 도입 취지가 슬기롭게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뭐든지 ‘안 된다’ 하는 방향으로 어렵게만 생각하기보단 잘 풀어 보려고 노력한다. 이래야 1년 후에도 문제가 없지 않겠나.”
―경총에 요구되는 역할도 더 많아졌다.
“실제 회원사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다만 걱정이 너무 앞서면 사기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