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주*)와 한국기업법학회가 공동으로『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논란과 주주이익 보호』세미나를 10월 15일(화) 오후 1시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22대 국회 개원 후 현재(10.7일)까지 총 8건주2)이 발의된 상황에서, 기업법 관련 대표 학회의 전공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한 토론을 벌인 자리였다.
*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기업법학회 서성호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상법이 국가 경제와 기업에게 헌법 역할을 하는 만큼 개정에 신중해야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며, 학계가 구축한 이론에도 혼선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법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신중한 논의 없이 쉽게 개정하는 것은 학문적으로나 기업경영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국내기업에 대한 공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는 우리 기업들은 무차별적인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투자자금으로 쓰일 소중한 자금을 소진하게 되고, 대규모 장치산업 중심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경제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우용 정책부회장은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우는 것만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도 아니고, 오히려 불명확한 책임기준으로 이사에게 예상치 못한 책임 확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결국 이사에게 책임 회피 성향을 부여하고, 기업의 성장, 나아가 국가의 경제발전을 더디게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의 토리야마 쿄이치(鳥山 恭一) 교수는 일본의 경우 회사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와 위임계약의 법률관계를 맺음으로써 회사에 대한 선관의무주3)와 충실의무를 지는 것이며, 이사가 주주에 대해 별도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사가 회사를 위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주주 공동의 이익도 구현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의 상법 개정 논란을 언급하면서, 일본 회사법과 한국 상법은 법 체계가 동일한데, 만약 한국이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의무를 지도록 법률을 개정할 경우 지금까지의 회사법 체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회사 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므로 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하여 주주가 입은 직접적인 손해에 대해서는 회사법상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만큼, 이사와 주주 간에 별도의 법률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에 대한 실익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에 계류된 상법 개정안들이 주주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회사법 위임 체계에도 맞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다른 대안을 제안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주4)을 개정해 이사의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이사의 충실의무(현행),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 노력 및 특정주주 이익ㆍ권리 부당 침해 금지, 환경ㆍ사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 고려 등을 열거하자는 것이다.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준선 교수는 우리 법체계(대륙법계)와 완전히 다른 영미법계의 법리를 우리 회사법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회사법은 법조문에 규정된 회사와 이사 간 엄격한 위임관계에 근거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인정한다. 반면, 영미법계는 판례를 중심으로 신인의무(이사 충실의무 포함)를 인정주5)해 왔기 때문에 그 태생부터 법리 체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판례를 검토해 보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와 주주 간 거래나 합병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미국 판례에서 인정하는 신인의무의 법리를 우리 상법에 추상적 문구로 그대로 이식(移植)할 경우, 해당 법 조항이 향후 법원의 판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영기 고려대 금융법센터 교수는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서 소수주주 보호의 필요성이나 소수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 상충 리스크를 감독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지만, 이를 위해 상법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문구를 추가하거나 “이사가 회사 외에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도쿄증권거래소 공시규정 강화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있는 상장회사에서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리스크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강화하여 소수주주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런 방식이 무리한 상법 개정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세미나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는 “기업 분할ㆍ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주주 피해를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올바른 해법도 아니고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상법에 이미 소수수주 보호 규정들주6)이 구비된 만큼, 법체계를 훼손시키는 무리한 법 개정에 반대하며,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 줄 ‘경영판단원칙’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상법에 직접적인 명문으로 주주와 이사 간 의무관계를 나열(‘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 보호, 주주 이익 부당 침해 금지 등’)하려는 입법 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신성호 기업법학회장은, “주식회사법제의 이론적 근간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사를 보수적인 경영으로 내모는 과잉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의무사항에 “환경ㆍ사회 등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고려”를 추가하자는 제안과 관련, 기업가의 경영판단 사안이자 기업 재량에 해당하는 사안을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상법’에 명문 규정으로 넣는 것은 “사기업의 영리행위 보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입법 만능주의”라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여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는 법 개정 없이 기존 상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주주 간 이해 상충 사안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 출처 : 한국경제인협회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