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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낡은 근로시간 제도와의 이별

관리자 2023-03-07 조회수 140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정부가 최근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했던 근로시간 제도를 일이 많을 때 최대 69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산업현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된 주52시간 제도에 그간 고통을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많았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호황에 들어선 조선업 종사자들은 ‘더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도’ 주 52시간의 족쇄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에 대해 경영 단체 종사자로서 환영한다.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우리 경제 환경과 일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제도는 그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근로시간 제도개선의 핵심은 바로 이 낡은 고리를 끊는데 있다.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 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편안은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1주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연장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선업처럼 특정 시기에 일감이 몰리는 산업은 노사가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연장근로 시간을 분기 이상 단위로 관리할 경우 총량을 비례적으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은 주 평균 12시간이다. 하지만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분기로 할 때는 주 평균 10.8시간, 반기는 주 평균 9.6시간, 연은 주 평균 8.5시간으로 점차 줄어들게 설계됐다. 분기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길어지더라도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은 넘지 못하도록 했다.


근로자의 건강보호 조치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다만 연장근로 관리단위 변경이 근로시간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넓히는데 있는 만큼 연장근로시간 총량 감축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다양한 건강보호 조치들을 노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조해볼 만하다. 일본은 연장근로에 대한 근로자의 건강보호조치로 의사 면접지도, 보상 휴일 부여, 건강 진단, 최소 연속 휴식시간 보장 등 다양한 옵션을 노사가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소 연속 휴식시간의 길이도 우리처럼 ‘11시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기업들이 업무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고를 수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논의는 근로시간 총량을 지금보다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근로시간을 기업과 근로자의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출처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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