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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입법이 절실하다

관리자 2021-02-09 조회수 408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지난 1월 8일 많은 사회적 관심과 극심한 찬반양론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요약하면 1명 이상의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의 징역형이 처해질 수 있는 법이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사업주 처벌 정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태인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도 법인에 높은 벌금을 부과할 뿐 경영책임자를 감옥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이대로 제정된 법률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경영책임자는 사고 발생 시 그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예방 효과는 없고 억울한 범죄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는 국민정서상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입법 과정에서 자칫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산재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한쪽에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을 퍼붓는 화풀이 차원으로 끝나기에 십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의 성급한 제정은 매우 아쉽다. 지난 연말에 국회에서, 소위 ‘기업 살인법’을 제정하라는 유가족과 노동시민단체의 단식농성 등 극단적인 요구에 정치권이 손을 든 형국이다. 재해 발생 원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선행되고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법을 제정해야 부실 입법 논쟁에서 벗어나고 현장의 수용성이 커진다. 과거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은 무려 13년이라는 긴 세월의 연구와 논의를 거쳐 제정됐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논의 과정에서 공청회 한 번의 의견수렴 절차만 있었을 뿐이다.

애초 국회에 발의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과 형법의 기본 원리인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 원칙 등에 반하는 위헌 소지가 많은 법률안이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위헌 소지를 일부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모호한 내용과 과도한 처벌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경영책임자가 누구이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또한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은 형법상 고의범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부과하는 형량이다. 기본과실범 형태의 산재 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로는 너무 지나치다.

한편 하청 사고 발생 시 원청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원청은 불법 파견이라는 법적 제약 때문에 하청의 안전관리에 개입할 수 없다. 최소한 원청에 하청 안전사고 책임을 묻기 전에 불법 파견의 법적 굴레라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향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애매하거나 포괄적인 규정은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법 재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 취지에 맞게 중대산업재해 정의를 사망자 1명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로 수정하고, 1년 이상 하한징역형 규정은 상한을 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면 면책해주는 규정도 필요하다.

처벌 강화 정책이 산재 예방의 효과적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설령 산재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더라도 엄벌주의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산재 사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기치 않게 발생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과중한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실질적인 예방보다는 서류상의 증거를 확보해 면책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안전관리 직원들은 사기저하로 ‘탈(脫)안전업무’에 골몰할 것이라는 가슴 아픈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을 막고 법규 수범자의 수용성을 높여 산재 예방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속한 보완 입법이 절실하다.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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