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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련] “지금 기업 망치는 막무가내 法 쏟아낼 때인가”

관리자 2021-01-19 조회수 363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국내 경제 6단체장 가운데 가장 사심(私心) 없이, 가장 속시원하게 기업들의 사정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에 평생 몸담고 있는 그는 어느 관료나 기업인보다 현장의 실물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조지아대 경영대학원)후 귀국해 중소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그는 1999년 IMF 위기때 부도난 회사를 인수, 연간 매출 1조원대의 중견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키웠다. 2013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에 취임해 이듬해 협회를 법정단체로 승격시켰다. 후임 회장 후보들이 모두 손사래치는 바람에 올해로 9년째 회장(무보수 명예직)을 맡고 있다.


◇정치권·NGO에 맞서 기업들 ‘옹호’


“집은 경북 경주에, 공장은 미국· 러시아와 울산·영천·경산·아산 등에 있어요. 서울에서 협회 일 보고 지방 공장을 찾느라 하루에 3~4번 KTX(SRT 포함)를 탄 적도 부지기수입니다. 제 이름에 ‘갑(甲)’자가 있지만 평생 ‘을(乙)’ 생활하며 바삐 뛰어 다니는 중입니다.”


강 회장은 때로는 정당 행사에서 큰 절을 하는 ‘쇼맨십'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향해 ‘소신'과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9일과 이달 6일 오후 두차례 서울 시내에서 그를 만났다.

- 틈날 때마다 정치권이나 노동조합은 작심 비판하고, 기업은 옹호하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간단히 말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기업이 최고의 복지 주체라고 믿어서다. 일자리(직업)는 인간의 존엄성을 높여주고 생계와 자기 실현을 이루는 최고의 가치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 종국적으로는 사회복지의 주체이다. 기업이 성장해 소득이 늘어 종업원들의 복지와 행복지수가 오르면, 그것보다 더 크고 확실한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은 없다고 본다.”


◇“20년간 매년 기업 옥죄는 규제 늘어”

- 2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접 느낀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

“1999년 회사를 맡으면서 노조와 직원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2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종업원들의 열정과 애사심, 정권과 정부의 노력과 배려에 힘입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20여년 동안 한 해도 건너지 않고 기업에 대한 규제가 늘고 있다. 특히 그 내용과 속도, 강도, 노동 및 환경단체, 기타 비정부기구(NGO)들의 막무가내식 요구와 쟁취는 기업의 인내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많은 절벽과 단단한 철벽, 이렇게 형편없는 아집과 독버섯 같은 특정 집단의식의 고착화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가?

“한국에서 기업인을 ‘예비 범법(犯法)자'로 보는 게 대표적이다. 어느 정부 부처 장관은 ‘직업계 고교 졸업생 취업률을 높여 달라’며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부탁한다. 그러나 다른 대다수 부처 장관들은 어떻게 하면 기업인들을 구속하고 단속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정책을 짜낸다. 예비 범법자들에게 이 나라의 청년들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나. 지금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기업이 이쑤시개를 잘못 만들어 잇몸에 피가 나면, ‘이쑤시개 처벌법'도 만들어 기업인을 처벌할 것이다.”

그는 “로마가 멸망한 것은 600여명의 원로원 의원들이 자기 세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쇠락(衰落)의 길로 이끌고 가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하며, 국민과 언론도 이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자율성·이기심 보장해야 ‘기업가 정신' 살아나”

- 우리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이 크게 침체돼 있는데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중국 앤트그룹의 상장(上場) 취소와 창업자인 마윈(馬雲)의 굴복과 포기 과정을 보라. 규제와 권위주의로 기업인을 억압하는 곳에는 절대 기업가 정신이 싹트거나 자랄 수 없다. 해법은 간단하다. 기업인의 자율성과 자발성, 이기심(利己心)을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 1인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법인(法人)’이다. ‘법인’들이 편하게 호흡하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게 정부와 정치의 존재이유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 정치권과 정부, NGO 등은 틈만 나면 기업 옥죄는 ‘법'과 ‘정책'을 만들고 있는데.

“모든 것을 법으로 재단해서야 세상이 온전하겠나. 공동체의 공동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안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규칙과 규범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문제해결을 하는 ‘자율성'이야말로 최고의 민주적인 해법이고 방식이라고 본다. 300여년 전 세계 1위 경제 대국이던 중국에선 성장이 멈추고, 자유가 만개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세계를 지배한 까닭을 곰곰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작년 말 기업 규제 3법에 이어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안’도 8일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입법권한으로 대의(代議)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우리가 배고픈 헝그리 정신으로 일군 성과를 특정집단과 주체가 ‘앵그리 도그마(Angry Dogma)’로 와해시키려는 형국이다.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국민은 투표 한번 하고 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강 회장은 이어서 말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눈만 뜨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외치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제도의 근간은 형평성과 공평성이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LSR·Labor union Social Responsibility), 정치의 사회적 책임(PSR·Politics Social Responsibility)도 동등하게 부과하고 책임을 지워야 할 것입니다.”

◇“0.7%의 중견 기업이 총고용의 14% 차지”

- 자기 사업도 바쁜데 매년 많은 사비(私費)를 써가며 왜 동분서주하고 있나?

“거창한 대의(大義) 보다 개인 사업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발단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계약금 20%를 지불하고 자동차 차체 관련 기술과 설비 수입을 하려했다. 그런데 정부 지침상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을 졸업한 회사로 분류돼 금융회사의 대출을 더 받을 수 없었다. 대기업이 아니라고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중소기업 아니면 대기업’이라는 이분법도 깨고 싶었다. 기업 집단의 머슴 역할을 하는 게 힘든 적이 많지만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 왜 중견기업이 중요한가?

“업종별로 3년 평균 매출액이 400억~15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 또는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중견기업이다. 작년 12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5011개로 전체 기업의 0.7%이지만 매출의 16%, 고용의 14%, 수출의 17%를 차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독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 미텔슈탄트가 우리의 중견기업에 해당한다. 독일은 이 기업들로 유럽의 최강국이 된 반면, 중견기업이 허약하고 중소기업 위주인 이탈리아는 침몰했다.”

- 중견기업연합회 차원에서 올해 가장 바라는 바는?

“중견기업 금융 지원 확대이다. 일례로 신용보증기금 보증한도가 1997년에 설정된 30억원에 24년째 꽁꽁 묶여있다. 이것을 500억원 이상으로 늘렸으면 한다. 지난해 4차례 추경 편성한 예산 66조원 가운데 불용 예산만 6조5000억원 달한다. 이 중 일부만 써도 중견 기업에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견 기업으로 크면 혜택 줄고 규제만 늘어”

-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이 매년 수십개씩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나?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커지면 규제는 40여개 늘어나고 203여개 지원이 축소 또는 없어진다. 정책 금융도 활용 못하고 공공조달 시장 진입도 금지된다. 그러니 누가 중견 기업이 되려 하겠나. 정부 지원도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간 R&D 자금만 해도 1조 5000억 원 수준인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중견 기업 지원 예산은 그 10분의 1도 안 된다.”

강 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선순환’ 발전하는 ‘성장 사다리’가 하루 빨리 구축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더 성장해야 ‘3포 세대' 없어질 것”

- 최근 한국 사회 상황을 진단한다면?

“코로나가 경제적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취업과 내집마련까지 포기하는 5포세대로, 또 건강과 외모관리까지 포기하는 7포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희망을 저버리는 9포세대, 삶까지 포기하는 10포 혹은 완포(完抛) 세대까지 언급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종업원 소득이 늘어나는 것 보다 사회에 더 도움되는 게 있나.”

강 회장은 “이를 위해 표(票) 계산만 하며 반(反)기업적인 법과 정책, 제도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이 먼저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 좌우명이 있다면?

“‘똑바로 살자'이다. 올바른 행동의 밑바탕에는 올바른 생각이 있어야 한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하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도 가끔 꺼내 읽는다.”

- 20~30대 젊은 세대에게 당부한다면?

“소명감을 가진 공부에 진력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와 주변과 국가와 세계에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똑같은 물을 먹는데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들고, 젖소가 먹으면 젖을 만든다’는 화엄경(華嚴經) 구절처럼, 올바른 지식과 정당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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