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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과감한 외국인력정책 필요하다

관리자 2023-11-22 조회수 43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우리나라 ‘고용허가제’가 모범적인 제도로 국제사회에 소개됐다.


세계은행이 이주노동(Migration)을 주제로 2023년 세계개발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저숙련 외국인들에게 합법적 일자리와 숙련 향상 기회를 제공하는 우수 사례로 소개한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외국인력 시스템이다.


최근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취업 중인 외국인력은 지난 2022년 기준 26만명으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등 주로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내년이면 스무 해를 맞는 고용허가제는 도입 당시(2004년) 8개국에 불과했던 송출 국가가 16개국으로 늘었고, 인력 도입 규모도 커지는 등 제도가 확대됐다. 그런데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여전히 인력난이 가장 큰 경영상 어려움이라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왜일까.


인력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산업구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줄어 산업 현장에 빈 일자리가 20만개 넘게 있지만 청년 구직자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기술혁신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도 저부가가치 산업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 인력 수급 불균형이 커지고 있지만 부족한 일자리를 대체할 내국인은커녕 외국인력 공급이 충분치 못해 만성적 인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력 공급 부족은 우리 외국인력 시스템의 경직성 탓이 크다. 정부가 사전에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허용 업종, 체류기간 등을 통제하면서 지역, 업종,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수요를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팬데믹 직후 인력 부족 사태다. 2021년 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된 산업 현장에 외국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사전에 정한 쿼터가 부족하고 외국인 입국이 지연되면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뒤늦게 정부가 기존 외국인력의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쿼터를 늘렸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칠 뿐이었다.


그나마 정부가 올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12만명으로 확대한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장의 인력 갈증을 시원히 해소하지는 못한 듯하다.


최근 경총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력을 고용한 중소 제조업체의 43%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통상 외국인력은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은 좀 더 크다. 그럼에도 지금 산업 현장은 단 한 명의 일할 사람이 아쉽다.


복잡한 제도도 외국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한 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구인 노력부터 사업장 배치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렇게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길어야 4년10개월을 근무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본국으로 돌아간 뒤 수개월 후 재입국해야 다시 4년10개월 일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 기간이 일과 언어를 익히기에 턱없이 부족해 숙련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외국인 근로자도 한국이 좋아 더 오래 일하며 머물고 싶어도 최장 9년8개월이 지난 후에는 불법체류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처럼 그간 우리 외국인력 정책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소위 3D 업종에 저숙련 외국인력을 일시 공급하는 기능에 충실했을 뿐 장기적 관점에서의 검토가 부족했다.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면 외국인력 활용 확대는 불가피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부문에서 다양한 수준의 숙련을 갖춘 외국인력 수요도 커질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외국인력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수요를 반영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대폭 늘리고 고용 허용 업종을 확대해 적어도 일할 사람이 없어 고통받는 기업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밀한 인력 수급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내국인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력이 필요한 업종, 직종, 직무를 제대로 골라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종별·직종별·지역별 인력 수요를 상시 모니터링해 필요 인력과 공급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도 현실화해야 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체류기간 한도 자체를 폐지한 일본·대만처럼 우리도 불법행위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기업과 외국인 근로자가 원하는 만큼 체류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외국인력 정책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추진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화로 이주노동은 이미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 현상이 됐다. 해마다 수천만명의 인력이 국경을 넘나들고 그 속에서 핵심 지식 이전, 부족한 노동력 공급 등 다양한 기능을 충족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가 외국인력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외국인력의 효과적 활용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과감한 외국인력 정책을 펼쳐야 한다.



출처: 헤럴드경제(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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