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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최저임금 결정 체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관리자 2023-05-24 조회수 145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삼정가스공업 대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일 열렸다. 당초 회의는 지난달 18일로 예정됐으나 노동계가 특정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해 회의가 무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그간 노동계가 최저임금 결정에 항의하며 참석을 거부해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사례는 있었지만 피케팅, 구호 등 노골적인 방해에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은 심의 과정이 험난하고 노사 입장 차이도 현격히 커 대화와 협상을 우선해도 합리적인 타협안이 나올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양대 노총이 실력 행사를 해 회의 무산을 초래했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 마음 졸이며 최저임금 향배를 지켜보던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에게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설명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해야 할 회의가 고성이 난무하는 싸움터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기인한다. 최저임금을 현행 '노·사·공 위원회'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노사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노사 관계가 대립적이고 강성 노조의 투쟁 문화가 팽배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 제도가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일방의 중도 퇴장, 참석 거부로 회의가 중단되거나 연기되거나 서로의 입장만 고수해 논의가 평행선을 이룬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노사 대립으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최저임금은 캐스팅 보트를 쥔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 수두룩했다. 그동안 36번의 결정 중 노·사·공이 합의에 도달한 결정은 7번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최근 10년 동안에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보통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표결로 정하기 일쑤였다.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반영하자거나 업종별 차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자는 것처럼 반드시 짚어봤어야 할 제안도 노동계의 반대와 공익위원들의 소극성으로 경영계의 외로운 외침에 그쳤다.


이제는 다른 국가들처럼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되 결정은 정부(네덜란드, 프랑스 등)나 국회(미국, 브라질 등)가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대립적일 수밖에 없는 결정 체계보다는 전체를 아우르고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정부나 국회가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울러 매년 최저임금 결정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극심해지고 있다. 이번처럼 노동계가 최저임금이 아닌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풀어놓기도 하고, 다른 문제와 결부시키면서 정치적 이득을 우선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최저임금 결정 주기가 1년으로 짧다 보니 전년에 결정한 최저임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분석할 수 없고, 결정도 단기적인 경제 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아 적절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을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할 수 있도록 결정 주기를 매년에서 2~3년으로 바꾸는 것도 고민할 시기가 됐다.


최저임금위원회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만 나오는 게 아니라 이번 사례가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권한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고, 최저임금 지급 당사자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심의의 중심이 되는 제도가 하루빨리 자리 잡길 기대한다.


출처 : 머니투데이(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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