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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디지털민주주의와 노사

관리자 2022-03-21 조회수 155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고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직접민주주의가 이루어졌던 장소로 유명하다. 광장 직접민주주의는 당시 참정권을 가진 자유민의 수가 많지 않아서 모두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가능했다. 근대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의제를 통한 간접민주주의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정보화의 첨병인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브루스 케인 스탠퍼드대 교수는 2001년에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주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와 상관없이 공적인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상시적으로 직접 개진하여 반영되도록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사건이나 비위행위, 대선과 관련된 정보, 우크라이나의 전황, 공적 인물이나 단체의 행동 등이 영상과 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무수한 재야의 고수들에 의해 분석·평가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환경 변화가 직접민주주의의 순기능을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저속한 포퓰리즘 사회를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사회 전 영역에서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노사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근로자들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사용자에게 요구사항을 받아낼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고도 익명으로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거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도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고도 직원들의 의사를 묻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시대의 조직인 노동조합의 필요성이 격감하는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모든 근로자가 기록자이며 비평가인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는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의 노무관리자들은 노동조합 간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익숙함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조합은 공정을 외치는 MZ세대 노동조합의 등장, 이기적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 확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오프라인 맞춤형인 법과 제도의 개편도 시급하다. 광장에 모여서 노동조합의 주도에 따라 연설을 듣고, 투표하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노동법의 제 규정들을 시대에 맞게 손봐야 한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때에 노와 사, 정부가 시대에 맞게 노사관계 법제도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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