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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채용방식의 흑묘백묘

관리자 2022-03-14 조회수 157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중국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1970년대 말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 40여 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이유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주의 정신 때문이다. 검은색이든 흰색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듯, 경제 문제를 다루는 데 방법론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흑묘백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종종 기업의 채용방식에 대한 논란을 접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수시채용 확대로 사실상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다면서 정기공채보다 수시채용을 늘리는 기업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채용방식에 있어 정기공채와 수시채용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을 뿐 어느 것이 선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정기공채는 1957년 삼성물산에서 시작된 이래 1990년대까지 주류를 이뤘다. 짧은 기간에 많은 인력을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은 고도 성장기라는 시대적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범용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뽑아 인재로 육성하여 활용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채용 환경도 급격히 달라졌다. 제너럴리스트(범용인재)보다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선호되면서 직무능력이 중시되고, 보다 빠른 인력 충원이 필요해졌다. 이에 기업들은 기존 정기공채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재빨리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한 만큼 뽑아 쓴다'는 수시채용을 확대해 나갔다.


구직자에게는 수시채용 확대가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 정기공채에 비해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수시채용 확대로 채용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은 오해다. 정기공채와 수시채용은 채용 횟수의 차이만 있을 뿐, 채용 규모가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은 적정 수준의 인력 수요를 토대로 인재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력이 필요할 때마다 즉시 채용하는 횟수가 증가하면 채용 규모가 증가할 수도 있다.


채용 과정의 투명성 저하도 기우에 불과하다. 온라인 인·적성검사, 인공지능(AI) 역량평가 등 기술발전으로 정기공채와 수시채용 프로세스에 거의 차이가 없어 어떤 방식이든 투명성 확보에 문제가 없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풀어가는 데 채용방식의 우열을 가리는 소모적 논쟁은 불필요하다. 지금은 수시채용이든 정기공채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잘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먼저다.



출처: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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