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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진짜 '경제' 대통령을 바라며

관리자 2022-02-22 조회수 189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3월 대선을 앞두고 필자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이던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가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스크린 쿼터 축소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광화문에서 100일간 삭발투쟁을 벌일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필자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FTA가 꼭 필요하며, 스크린 쿼터 축소는 오히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대통령께서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차츰 대화를 통해 경제전문가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 한미 FTA가 탄생할 수 있었고, 우리 영화계는 '기생충' '오징어 게임'처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K콘텐츠의 산실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느 때처럼 여야 후보 모두 경제대통령을 표방한다. 별로 놀랍지는 않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후보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경제대통령은 전 세계 대통령 후보들의 단골 슬로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경제대통령은 드물다.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대통령은 표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당선 후에도 경제를 정치 논리에 따라 운용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한 결과는 참혹하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주요 기업 국유화, 임금 인상, 과다한 복지 등으로 국가를 위기에 빠트렸다. 터키는 고(高)금리가 국민들을 빈곤과 실업에 빠뜨린다는 논리로 금리를 지속 인하한 결과 물가상승률이 49%에 달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


반면 경제를 경제전문가에게 맡겨 경제 논리에 따라 정책을 편 경우 국민의 삶은 윤택해졌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어젠다 2010'이 대표적이다. 노조위원장 출신인 슈뢰더 총리는 노조의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했지만 폭스바겐 임원 출신인 페터 하르츠를 노동시장 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해 일명 '하르츠 개혁'으로 불리는 과감한 노동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10%에 육박하던 독일의 실업률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전문성을 믿고 독립성을 보장해줘 당시 고물가를 극복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예가 한국에도 있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는 말과 함께 임명된 고(故) 김재익 경제수석의 경우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그는 예산 동결, 임금 인상 억제 등의 정책으로 20%가 넘던 고물가를 한 자릿수로 안정시켰다.


현재 우리나라는 백척간두의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불러왔고,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후진적 노동시장, 제조업 경쟁력 저하, 저출산·고령화 등은 악화일로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분쟁 등 대외적인 리스크도 빼놓을 수 없다.


유권자들은 올해 대선에서 경제는 경제 논리에 따라 운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통령을 원한다. 전문가를 믿고 독립성을 존중해 정치가 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아닌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대통령 후보들이 한자리에 나와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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