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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대기업 임금, 대승적 접근이 필요한 때

관리자 2021-07-05 조회수 249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터널에 들어갔을 때 시야가 급격히 좁아지는 현상을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라고 한다. 주변 상황은 제대로 볼 수 없고 오직 빛이 있는 터널의 끝 부분만 보이는 것이다. 1년 넘게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어둡고 긴 터널 속을 달리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가계, 기업, 국가 모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들어 터널의 끝에 다가섰다는 다행스러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터널을 나온 이후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던 충격의 흔적이 더욱 여실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은 민생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상황이다. 최근 전체 고용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직,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질적 측면에서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청년층의 실업이 매우 심각하다. 올해 4월 기준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5.1%로,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처해 있다. 국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청년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의 크기가 업종별·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나면서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면 서비스업종이 전례 없는 타격으로 휘청거렸다면, IT 등 첨단산업의 일부 기업은 파격적인 임금인상으로 화제가 될 만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심화되고 있다.


사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나 청년실업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던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다. 노동시장의 양적·질적 개설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근본적 해결이 절실하나 쉽지 않았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문제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노동시장의 주체인 노사가, 특히 대기업 노사가 대승적 관점에서 결단과 실천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지난 5월 경총은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실적이 좋은 기업은 기본급보다는 일시적 성과급으로 보상하고),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 좋은 실적에 대한 보상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작금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미 높은 대기업 근로자 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자칫 사회적 갈등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대기업 인금수준은 생산성이 높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임금격차도 주요국에 비해 큰 폭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제 충격으로 기업규모별 격차가 확대된 점까지 고려하면, 지금 대기업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과도한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실질적 노력일 것이다.


물론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권고의 내용과 같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소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우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고, 경총은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 경주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악화돼가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어, 기업의 부담이 클 것을 알면서도 일종의 감내를 요청한 것이다. 이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ESG 경영의 실천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나아가 현행 연공형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강력한 추진력도 요청된다. 일의 가치와 개인의 성과,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는 임금 체계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첫 걸음이자,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고용 연장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공정한 노동시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에서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뚜렷한 임금 체계 개편과 청년실업 완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요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대기업 노사가 먼저 대승적 협력정신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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