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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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마리오뿐 아니라 포켓몬, 헬로키티, 원피스, 드래곤볼 등 수많은 캐릭터 IP를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에 안착시켰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 굿즈, 전시, 공연으로 이어지는 확장 구조는 일본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을 떠받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창작물의 흥행을 넘어 IP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한 결과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K팝을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두주자인 BTS와 블랙핑크는 음악을 넘어 다큐멘터리, 게임, 굿즈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으며 K웹툰은 신선한 소재를 찾는 글로벌 제작사들의 첫 번째 타깃이 된 지 오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 시장을 흔들며 '달고나'와 '제기차기'를 전 세계에 알렸고, 최근에 3억뷰를 넘어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의 전통적 세계관과 현대 아이돌 문화를 엮어내며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마저 동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보면 한국의 콘텐츠 역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IP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츠 IP 산업의 경쟁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콘텐츠 산업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이지만, IP를 활용한 산업의 거래 규모는 17위 수준으로 한참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콘텐츠와 창작물의 경쟁력은 있지만, 이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스로 걷고 싶게 만드는 유인이고, 다른 하나는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다. 콘텐츠 IP 산업의 성장도 똑같다. 새로운 시도가 계속 이어지도록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민관 공동 펀드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게임·영상·굿즈 등으로 IP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동시에 저작권 침해 단속,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해외 지식재산권 확보 지원 같은 보호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
새 정부 역시 K컬처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장기적 안목에서 산업 생태계를 다듬어야 한다. 특히 창작자, 제작사, 투자자, 유통 플랫폼, 소비자 등 모든 주체가 상호 신뢰 속에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때, 산업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일본의 슈퍼마리오가 4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것처럼 우리의 '뽀로로'와 '하츄핑'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매일경제(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