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그 어느 때보다 긴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이맘때면 북적이는 마트에서 차례상에 올릴 과일과 고기, 친지들과 나눌 선물을 고르던 기억이 난다. 극장에서는 추석 대목을 겨냥한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했고, 가족 단위 관객으로 영화관이 가득 차곤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늘 풍요롭고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추석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클릭 한두 번에 장보기가 끝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볼거리가 넘치니 굳이 영화관을 찾을 필요도 없다. 일상의 소비가 빠르고 편해지긴 했는데 그만큼 오프라인 상권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10.5%를 기록했다. 열 곳 중 하나가 비어 있는 셈인데, 2023년 이후 빈 상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 공실률이 40%를 넘는 지역도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1995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음식점, 소매업 등 내수 기반 업종 종사자다. 그나마 장사를 이어가는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도 208만원에 불과하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것이 현실”이라는 외침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지갑을 열어야 민생경제 회복이 시작된다. 돈이 돌아야 상권이 살아나고 고용도 늘어나 그 효과가 지역경제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황금 같은 이번 추석 연휴를 기회 삼아 우리 주변의 매력을 탐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을 구매하며 추석 장을 보고, 가족과 함께 국내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사고, 먹고, 자는 모든 것이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경제계도 민생경제와 내수 회복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추석 선물을 국산 농·축·수산물로 구성한다. 또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납품대금을 추석 연휴 전 조기 지급하는 등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이번 추석 연휴를 포함한 가을철 국내 관광을 독려하는 ‘여행가는 가을’ 캠페인을 주요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여름휴가를 국내로 떠나자고 제안한 ‘K바캉스’ 캠페인에 이은 내수 회복 노력이다.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추석은 가족 친지는 물론 이웃과도 음식을 나누며 공동체의 유대감을 다지는 명절이다. 우리 농산물로 차린 차례상, 가족과 함께 떠나는 국내 여행은 단순한 개인의 소비를 넘어 나와 이웃,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가 내수와 민생경제를 살리는 황금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한국경제(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