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협 활동
국내 유일의 업종별 경제단체 공동협의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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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일본 고등학교 교사 50여명은 로봇, 미래형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 시연에 감탄을 쏟아냈다. 한 교사는 "집에서 맥주를 간편하게 만드는 기계나 접히는 TV를 보니 한국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인상적이다. 사내 공모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도 있다고 하니, 이런 역동적인 환경에서 또 어떤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지 기대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방문은 한국경제인협회와 한일미래파트너십재단이 추진하는 한일 고교 교사 교류사업의 일환이다. 2024년부터 매년 상반기에는 한국 교사 50명이 일본을, 하반기에는 일본 교사 50명이 한국을 찾아 서로의 경제, 산업, 문화를 현장에서 경험한다.
교사 한 사람의 체험이 수많은 학생에게 전파된다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사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한일전'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서로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었다. 오죽하면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워도 감정적 거리는 멀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38%가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조사(21%)와 비교하면 2배가량 높고, 역대 최고치인 2011년 41%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20대(61%)와 30대(53%) 등 젊은 층은 절반 이상이 일본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는 일본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 양국 경제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은 고율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교역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양국은 최근 대미 관세협상 타결에는 성공했지만, 대미투자를 비롯한 후속 협상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대미 관세 이슈 등 통상 분야를 넘어 경제 전반에서 한일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할 때다. 특히 한국의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양국 협력의 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PTPP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총 12개국이 참여해 관세 철폐는 물론 디지털, 지식재산 등 무역 전반에 걸쳐 높은 수준의 규범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다. 이재명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일본은 같은 앞마당을 쓰는 이웃이자 경제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고령화와 지역 소멸 등 공통의 과제도 많다. 이제 글로벌 어젠다와 양국 공동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때다. 양국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한일 수소 협력 대화'나 지난해 한경협과 일본 게이단렌이 공동 개최한 '저출산·지역소멸 극복 세미나'가 좋은 사례다. 이런 협력이 늘어날수록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의제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다. 마침 내일 이 대통령이 첫 번째 해외 순방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한일 간 관계개선과 한일협력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와 싸우지 않고 미래를 만들면, 미래가 과거를 정리해 줄 것'이라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한일 양국이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손잡고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파이낸셜뉴스(8.21)